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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경제

우크라이나 지정학 리스크, 그리고 유가의 방향성

by 덕민강 2022.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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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장기화되겠지만 본격 침공 가능성도 높지는 않을 것이다. 지정학 리스크 해소 이후 유가의 방향성에 주목하며 원유 펀더멘털을 분석했다.

◼ 우크라이나 사태는 단기적으로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러시아의 본격적인 침공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다면 유가에 관심이 쏠릴 수 있어 원유의 펀더멘털 상황을 분석했다.

◼ 재고가 부족해 유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으나 이란 재제 등의 이벤트로 인한 공급발 호재는 가능하다.

 

 

1. 우크라이나 사태

1) 침공 예정일은 지나갔는데 여러 혼란 속에 침공 예정일인 2/16은 지나갔다. 군사행동이 끝났는지, 실제로 러시아군이 철수했는지 아직 정확히 확인된 것은 없다. 러시아는 퇴각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고, 미국은 단기간 내 러시아의 침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침공 예정일이 지나갔음에도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1차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서방세계에 강력하게 반복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진중이었던 NATO 가입은 유럽 주요국으로부터 사실상 거부되었고, 우크라이나 측 일부 인사도 NATO 가입을 포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현실적으로 NATO 가입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전략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현재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국경의 루한스크, 도네츠크 지역<그림2> 이나 혹은 그 근처를 합병할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 반군이 차지한 지역은 전략적으로 큰 가치가 없어 보이며, 러시아는 전략적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데, 추가로 뭔가를 더 얻어내기 위해 군사적 침공을 감행한다면 얻는 것은 적고 잃는 것은 많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때 경제제제는 당연한 일이며 NATO의 개입 가능성도 부담이고 그럴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아진다. 반군이 우크라이나 내에 있을 때 오히려 이를 레버리지삼아 우크라이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본격적인 침입 발생 가능성 보다는 국지적 군사적 충돌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2/20 이후 즈음이 가장 긴장이 높아지는 시점이 될 것이다. 2월이 지나고 주요국 정상간의 회담이 진행되어야 비로소 리스크가 해소되기 시작한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한편 미국 영국의 여론전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군사적 충돌 없이 러시아의 침입을 언론전과 경제제제 위협만으로 막아낸다면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군사행동은 벌이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여론전과 첩보전만으로 푸틴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반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적극적인 중재를 표방했으나 큰 성과는 없었던 것 같고, 가스관으로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는 독일은 러시아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2) 야심을 떨치기 어려운 지역 우크라이나

NATO에 가입하지 않고, 러시아의 침공도 없어진다면 우크라이나는 양자 사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큰 중립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카터 행정부 이래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한 브레진스키는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슬라브적 정통성을 지닌 곳으로 러시아 민족의 고향이며, 서쪽에 위치하여 유럽으로의 교두보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러시아인과 인종적, 종교적, 언어적으로 유사한 5천만 인구를 지닌 집단이라 평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잃으면 러시아는 제국이 될 수 없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로서는 이렇게 중요한 국가인 만큼 중립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야욕을 떨치지는 못할 것이다. 침략이 없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반군이 점령한 동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충돌 소식이 계속 들려올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친 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정부를 세우고,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의 병합도 원하겠지만 이는 추후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잦아들면 러시아산 가스는 Nord Stream2와 같이 독일과 직결되어 공급이 재개될 것이며, 가스 공급망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거나 혹은 이를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수는 있겠다<그림3>. 유럽에서는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LNG 수입 확대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폴란드는 NATO의 동쪽 선봉에 위치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NATO에서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항할 국가가 필요한데, 독일이 재무장하는 것은 프랑스 등 주변 국가에 부담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폴란드는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갈등이 많았던 나라였다. 지정학자 조지 프리드먼은 저서 '100 년 후'에서 폴란드가 유럽의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2.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되면, 유가는 안정될 수 있을까?

지정학적 리스크의 피크를 지나면서 유가는 90달러 초반 수준으로 한 단계 하락했다. 유가의 추가 하락 여부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추가 완화와, 원유 수급의 펀더멘털에 달려 있다. 원유 재고는 최근 5년래 최저 수준을 갱신 중이며, 생산량은 OPEC 주요국에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나 미국의 증산 속도는 느리고 OPEC 주요국의 추가 증산 여부는 불투명하다. 생산량이 꾸준하게 늘고는 있으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상되는 수요 증가도 부담이다.

 

1) 비정상적으로 낮은 재고수준

현재 유가가 높은 이유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재고 수준 탓이다. 코로나 때 급등한 재고를 지난 해 다 사용하면서 재고가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2020년 초 코로나 사태 발생 초기 재고가 급등했으나 이후 점차 재고는 줄어갔다. 글로벌 수요는 감소했으나 OPEC 감산, 생산 차질 등에 따라 생산이 더 큰 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2) OPEC 감산의 역사

2020년 이후 생산량이 감소한 이유는 OPEC이 코로나에 대응해서 긴급 감산을 시행해서이다. 2016년 미국 셰일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OPEC감산은, 2018년 미중무역분쟁과, 2020년 코로나 사태에 따른 수요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5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

OPEC은 2014년부터 16년까지 생산량을 늘리며 미국산 셰일과 점유율 경쟁을 지속했다. 회원국들의 피해가 커지고, 경쟁상대인 미국의 셰일 기업들도 상당 수 파산하여 생산량이 감소하자 2016년 들어 OPEC은 감산을 시작했다. 2년여간 지속하던 OPEC 감산은, 2018년 들어 미중 무역분쟁이 발발하며 수요가 한단계 감소하자 그에 대응해서 한 차례 더 진행되었다. 감산은 2020년까지 이어졌다. 2020년 들어 코로나 판데믹 사태 발생하며 원유 수요가 대폭 하락했고 유가는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재고는 남아돌았고 원유를 꽉 채운 유조선들은 원유 창고마냥 바다에 하릴없이 떠 있었다. 2020년 4월 OPEC은 무려 글로벌 수요의 10%에 달하는 1000만배럴 감산을 시행했고, 초과재고는 빠르게 줄었다.

 

3) 의외로 빨리 회복되는 OPEC 생산량, 여력이 많은 사우디

원유 생산량은 2021년부터 의외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수요가 회복되고 재고가 줄어가자, OPEC은 빠른 속도로 감산을 줄여나가고 있다. 2021년의 속도로 계속 증산하면, 올해 여름이면 2020년 초 코로나 이전의 생산량에 도달하게 된다. OPEC은 지속적으로 감산을 줄여나가 2022년 9월이 되면 감산 정책을 완전히 폐기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이라크, UAE, 쿠웨이트 등 중동 아랍 국가들이 빠른 속도로 증산에 참여했다.

4) 그래서 오히려 생산량 추가 증가에 대한 의구심은 있음

2021년 들어 OPEC은 꾸준히 증산 중인데, 나이지리아, 앙골라등 아프리카 국가는 생산 쿼터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인력 및 공급 차질로 판단된다. 그래서 증산 쿼터를 부여해도 사우디 외 다른 국가들이 더 증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다. 다만 여전히 사우디에는 200만 배럴 이상의 증산 여력이 남아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란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제제 이후 생산량이 급감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으며,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생산량 증가는 지체되고 있다. 신규 탐사와 채굴 관련 투자는 적고, DUC(미채굴 유정)의 수는 급감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셰일 리그가 증가하고 있어 시간을 두고 생산량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20년의 생산량을 거의 회복한 모습이지만 추가 증산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5) 코로나 해소 이후 수요는 증가할 수 있지만, 증산이 무난히 진행된다면 하반기에는 수급 밸런스를 기대해볼 만하다 IEA가 최근 발표한 2월 에너지 보고서에서는, 2022년 세계 원유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여 100.6mb/d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생산량 증가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원유시장의 수급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앞서 분석한 것처럼 러시아, OPEC, 미국의 합산 생산량은 올 하반기에는 2020년 초의 생산량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IEA는 비 OPEC 산유국의 증산과, OPEC+의 감산 완전 해제, 그리고 이란 경제재제 해제 가능성에 따라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을 것으로 보았다.

 

6) 미래의 잉여 생산량을 현재로 당겨와서 사용할 수는 없으므로 당장의 재고부족 문제는 해결이 어려움

골드만 삭스의 커머디티 애널리스트 제프리 커리는 '미래의 생산량을 현재로 가져올 수는 없다'라며, 커머디티의 경우 기대만으로 유가가 하락할 수 없음을 주장한 바 있다. 미래 수급과 현재 수급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게 재고다. 과거에 축적한 재고를 지금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는 보유 비용의 부담이 있고, 미래의 잉여공급은 지금 빌려와서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미래의 공급 안정이 현재의 유가 하락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당장의 재고 부족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7) 유가가 만약 하락한다면 어떤 뉴스 때문일까?

올 연말 수급 밸런스가 맞춰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재고 수준과 추가 증산의 지연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유가가 큰 폭 하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다음의 공급 증가 뉴스는 유가 하락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유가가 중요해질수록 주식시장은 원유 공급 관련 뉴스에 민감해질 것이다.

- 일단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당 폭 해소가 필요 : 일단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80달러 중반 정도까지는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크라이나 지정학 뉴스에 유가는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이는 역으로 리스크 완화 시 유가가 상당 폭 하락할 가능성도 내포한다.

 

- 이란의 핵 협상 타결과 경제제제 완화 : 역시 가장 가능성 높고 파급력 높은 것은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이다. 이란과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간의 핵 합의(JCPOA)는 상당 폭 진전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란이 경제제제로부터 풀려난다면, 레바논-시리아-이라크이란의 시아파 벨트를 통해 이스라엘을 위협할 수 있다. 친 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재제를 긍정적으로 판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 이란 경재제제 완화는 오바마 정부 때부터 시작해 온 미국 민주당의 외교정책이며, 유가 안정이 급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상을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고 싶어한다. 이란의 원유 생산은 현재 2018년의 고점 대비 1 mb/d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IEA는 이란의 경제제제가 완화된다면 1.3mb/d의 생산 증가 가능성을 전망했다.

 

- 일부 OPEC 회원국들의 생산량 부진을 사우디가 임시적으로 증산하며 대응한다면 :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일부 OPEC 국가가 생산량 쿼터를 충족시키지 못함에 따라 임시적으로나마 사우디가 생산량을 증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의 추가 생산능력은 2mb/d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미국 셰일의 생산량 증가 : 역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 셰일 생산의 증가이다. DUC(미채굴 유정)개수가 급감하고 신규 자본투자는 감소하여 셰일 증산은 지연되고 있으며 미국의 생산량은 이전 수준 대비 2mb/d 가량이나 낮은 수준이다. 다만 최근 텍사스의 Permian 지역을 중심으로 rig count가 급증하고 있으며, shale 생산량도 점차 증가하는 것이 파악되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생산량은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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